다육이를 통해 김천에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부부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세차게 내리는 가을비를 품고 농소면에 자리 잡은 다육이 농장에 갔다.

농장 안에 들어가니 다육이에 푹 빠져 있는 부부를 볼 수 있었다. 미담 제보가 들어와 취재하러 왔다고 하니 쑥스럽다며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럼 김천에 정착한 사연을 들려 달라고 하니 그제야 자리를 잡고 부부의 과거 속으로 들어갔다.

평소에도 다육이 매니아였던 유난출씨(아내)는 다육이와 인연을 맺은 지 20년이 넘었다. 다육이 이야기를 시작하니 아까의 부끄러움 많은 모습은 사라지고 생기가 넘치는 사춘기 소녀처럼 기뻐하며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유난출씨는 “경기도에서 한국전력공사 다니다 김천으로 발령 난 남편을 따라서 온 지가 6년째다. 오래전부터 다육이에 빠져 소장하고 있는 것만 해도 100평은 채우고도 남을 정도였다. 김천에 오면서 봉천리에서도 5년 정도 다육이 농장을 하고 있었는데 4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해왔던 남편이 퇴직하면서 상의하에 지금 농소면에 230평 규모의 다육이 농장을 지어 올해 6월에 옮겼다.”며 지금 농소면에 오게 된 과정들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젊음을 오롯이 직장생활에 매진했던 남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보통 퇴직하기 1년 전에 퇴직 후 생활에 대해 교육하기도 하지만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내가 다육이 농장을 하고 있어 퇴직 후에는 자연스레 다육이 농장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후회는 전혀 없으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일 때문에 김천에 왔지만 살아 보고 매우 만족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김천에 오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고 했다.

김천에 정착한 이유에 대해 물으니 “누구나 다 아는 요산요수에다 교통 요충지라 전국을 2~3시간 안에 왔다 갔다 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온갖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매년 과일 100박스씩 붙여주는데 호응이 너무 좋아 멈출 수 없는 아픈 사연이 있다는 말에 호탕하게 웃어본다.


물론 수도권에서 김천으로 정착하는 과정이 녹록지는 않았다. 경기도에서는 다육이 농장 작목반 법인들이 있어서 지원체계가 확실한데 아쉽게도 김천은 아직 다육이에 대한 지원제도가 없다.

그런데도 남편을 따라와 제2의 고향이 된 김천은 자고 나란 곳 보다 정들었고 편하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다육이가 어디에 판매되고 있는지 물으니 중국, 미국 등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국내에서도 김천의 금다육이는 전국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고, 교통 요충지이기 때문에 판로 걱정은 없어 보였다.


넓디넓은 다육이 농장에 인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으니 부부와 아들이 같이 하고 있는데 욕심내지 않고 세 명에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짓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거의 일과 대부분을 농가에서 보내는 부부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다육이를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 부럽기까지 했다.

옛 어른들이 ‘살아온 인생 이야기는 소설 열 권을 써도 모자란다.’고 하는 말처럼 다육이 얘기만 해도 시간이 모자랐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다음 일정이 있어 더 많은 것을 담지 못해 아쉽다.


많은 후배들이 퇴직 후의 삶을 적성에 맞추어 잘 생각해 헤쳐나갔으면 한다는 말을 끝으로 아쉬운 다육이 농장 이야기를 마쳤다.

하루 종일 부부가 같이 있다는 것도 행복이고 개인 소장만 100평 규모일 정도로 좋아했던 다육이로 제2의 인생을 펼치는 이 부부의 삶이 김천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