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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2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제27회 경북 장애인 도민체육대회가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열린 개회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감동과 화합의 축제가 되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축제는 시작도 전에 상처를 남겼고, 시민들의 분노는 행사장 밖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개회식을 앞둔 아침, 김천실내체육관 앞마당 보도블럭 사이에서는 60~70명에 달하는 어르신들이 녹색 조끼를 입고 풀을 뽑고 청소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김천시 시설관리공단이 투입한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었다. 문제는 이 작업이 대회 당일 아침, 그것도 출입구 정면에서 진행됐다는 점이다. 시민들과 선수단의 주요 동선 바로 앞에서 벌어진 이 장면은, 행사의 품격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격앙됐다. 본 기자에게 현장에서 수차례 제보와 항의가 이어졌고, “왜 하필 오늘, 그것도 개회 직전에 청소를 하느냐”, “장애인 체전이라고 준비를 소홀히 한 것이냐”, “비장애인 체육대회에서는 절대 이런 일이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동에서 온 한 시민은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착오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행사 준비와 운영 전반에 걸쳐 장애인에 대한 배려 부족, 노인 인력에 대한 존중 결여, 시민 동선에 대한 고려 부재가 동시에 드러난 행정의 총체적 실패다. 더군다나 일부 어르신들은 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며 “우리도 미안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김천시 시설관리공단은 ‘풀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행정’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이번 일은 단지 노인일자리 인력의 잘못된 배치가 아니라, 공공행정이 시민의 권리와 인권을 얼마나 가볍게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에게 불쾌함과 실망을 안겨준 이 날은, 결코 ‘축제’라 부를 수 없었다.
김천시 시설관리공단은 시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해야 하며, 향후 대형 행사 시 부서 간 협업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또한 노인일자리 사업 운영 방식도 점검하여, 다시 설계해야 한다.
축제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그 당연한 사실 하나를 잊었기에, 이번 사태는 더 깊은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