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 곳곳의 공원과 산책로, 공공 가로등이 깊은 밤에도 여전히 환하다. 그러나 이 빛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시민들은 잠들고, 공원은 비어 있고, 길은 한산한데… 조명만 홀로 깨어 있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심야 시간대까지 공공조명을 켜놓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매년 공공조명 유지와 전기료, 교체비로 수억 원이 투입된다. 특히 밤 12시 이후는 시민 이용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시간대임에도, 김천시설관리공단은 대부분의 조명을 켜두고 있다.
이런 운영은 ‘안전을 핑계로 한 예산 낭비’이며, 무책임한 행정의 표본이다.
물론 조명이 범죄 예방과 시민 안전에 일정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범죄는 주로 인적이 있는 초저녁 시간대에 집중되며, 심야 시간에는 오히려 불 꺼진 조용한 동선이 더 안전하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요즘은 센서 기반 LED 조명이 보편화되어, 사람의 움직임이 있을 때만 켜지는 스마트 시스템 도입도 어렵지 않다.
더욱이 과도한 조명은 ‘빛공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수면 방해, 생태계 교란, 에너지 낭비까지… 우리에게 불필요한 빛은 ‘공해’일 뿐이다.
서울·경기·부산 등 여러 지자체는 이미 ‘심야 소등제’를 도입했다. 오후 11시나 12시 이후에는 필수 동선만 최소 조명 유지, 나머지는 자동 소등하거나 감광 방식으로 절전하고 있다.
김천이 이를 못할 이유는 없다. 늦은 시간, 의미 없는 전기 사용을 줄이는 일은 환경과 예산 모두를 살리는 길이다.
여기서 멈추지 말자.
이렇게 절감한 조명 예산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밝히지 않아도 되는 나무와 돌계단을 비추는 대신, 밥 한 끼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어르신과 아이들의 얼굴을 밝히는 데 쓰자.
그것이야말로 진짜 ‘시민을 위한 빛’이다.
이제는 무조건 밝게 비추는 행정을 넘어, 똑똑하게 어둡게 만드는 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민 안전과 예산 절감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해법이 바로 **‘심야 자동 소등 시스템’**에 있다.
밤 12시 이후, 필요 없는 불은 꺼야 한다.
예산은 시민을 비추는 데 쓰여야지, 아무도 보지 않는 나무와 길을 밝히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
김천시와 시설관리공단은 이제 ‘빛의 철학’을 바꾸고, 빛이 향할 진짜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