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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복숭아를 문 강아지도 놓지 않았다…김천 ‘과일농부아들’ 농장에 익어가는 2대의 꿈

이재용 기자 입력 2026/08/22 23:11 수정 2026.08.22 23:19
이창원·곽선자 부부 35년 농사 인생…아들도 3년 전 농부의 길
5천 평 복숭아밭·3천 평 배밭 일궈…온라인 주문 하루 100박스 훌쩍
김천복숭아연합회 이끌며 농가와 기술 나누는 ‘함께 잘사는 농사’

복숭아 한 알을 입에 문 검은 강아지가 좀처럼 내려놓을 생각을 않는다.

그 뒤로는 복숭아나무가 초록 터널처럼 길게 이어지고, 수확한 복숭아는 상자 가득 담겨 전국으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

 


김천 이창원·곽선자 부부의 과수원 풍경이다.
한입 베어 물면 진한 향과 과즙이 먼저 터지는 복숭아. 이 맛을 만들어내기까지 부부가 흙과 함께 보낸 세월은 어느덧 35년이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10여 년 전부터 복숭아 재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현재 약 5천 평의 복숭아밭과 3천 평의 배밭을 가꾸고 있다.

 


과수원 안으로 들어서면 규모부터 남다르다.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에는 봉지를 씌운 복숭아가 빼곡하고, 수확철이면 하루 종일 사람 손이 쉴 틈이 없다.
하지만 이 가족에게 농사는 고된 노동으로만 남아 있지 않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농사를 못 짓지요. 좋아서 하니까 일이 신이 납니다.”
이창원 회장의 말처럼 이 농장의 가장 큰 힘은 ‘신명’이다.

 


김천 복숭아의 맛, 축제장에서 제대로 통했다
이 회장은 현재 김천복숭아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자신의 농장만 잘되는 것보다 김천 복숭아 전체의 품질과 경쟁력이 함께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농가들과 재배 경험과 기술을 나누고 있다.
올해 김천포도축제에서도 직접 키운 복숭아를 선보였다.

축제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복숭아를 맛본 뒤 다시 찾아 구매하는 모습이 이어졌고, 이 회장에게는 농사꾼으로서 그 어떤 상보다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농장에서 갓 수확한 복숭아 역시 보기부터 먹음직스럽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과육과 은은하게 번진 붉은빛, 여기에 진한 향과 풍부한 과즙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붙잡는다.

 


상자가 쌓이는 만큼 전국에서 주문도 쌓인다
농장 한쪽에는 출하를 기다리는 복숭아 상자가 벽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이제 판매 무대는 김천을 넘어 전국이다.
온라인을 통한 주문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적게는 하루 수십 상자, 주문이 몰리는 날에는 100상자 이상이 전국 소비자들에게 배송된다.
특별한 비법을 묻자 결국 답은 단순하다.
제때 따고, 좋은 것만 골라, 맛있을 때 보내는 것.
농부에게는 당연해 보이는 이 원칙을 35년 동안 지켜온 것이 이 농장의 경쟁력이 됐다.

부모의 농사에 아들의 감각을 더하다
이 농장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2대가 함께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은 약 3년 전부터 부모와 함께 본격적으로 복숭아 농사에 뛰어들었다.
부모에게는 재배와 수확의 기술을 배우고, 자신은 온라인 판매와 소비자 소통 등 젊은 농업의 방식을 더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이 **‘김천과일농부아들’**이다.
아버지가 35년 동안 몸으로 익힌 경험과 아들의 젊은 감각이 한 과수원에서 만났다.
농업의 고령화와 후계농 부족이 전국 농촌의 고민이 된 시대에, 부모가 일군 농장을 아들이 기꺼이 이어가는 모습은 더욱 반갑다.
이창원·곽선자 부부에게는 평생 일군 농장의 내일이 생겼고, 아들에게는 부모의 농사를 넘어 자신만의 농업을 만들어갈 무대가 생겼다.
복숭아 한 알에 담긴 35년, 그리고 다음 세대
초록빛 과수원 사이로 탐스럽게 익은 복숭아가 고개를 내민다.
농장 한쪽에서는 출하 상자가 전국으로 떠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다음 수확을 위한 손길이 이어진다.

 


심지어 농장을 지키는 강아지까지 복숭아 한 알을 입에 문 채 놓지 않는다.
그 모습 하나만으로도 이 집 복숭아 맛을 설명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35년 농부 이창원·곽선자 부부와 그 길을 이어가는 아들.
이들이 함께 가꾸는 것은 단순히 8천 평의 과수원이 아니다.
한 세대가 일군 농업을 다음 세대로 잇고, ‘김천 과일은 맛있다’는 이름을 전국 소비자에게 심어가는 일이다.
올여름 김천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복숭아도, 그리고 ‘김천과일농부아들’의 꿈도 함께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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