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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소풍이지! 이제 점심 도시락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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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소풍이지! 이제 점심 도시락 먹었어.

정해영 기자 입력 2021/11/01 09:10 수정 2021.11.01 09:16


구미시 고아읍에 사는 한성우씨한테 제보 전화가 왔다. 고아읍 문성리에 사는 지인인데 마을 사람들 모두가 존경하는 분이어서 꼭 알리고 싶다는 제보였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칭송한다니 너무 궁금해서 한달음에 달려가 보았다.

첫인상은 39년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해 보이셨다. 그리고 대화를 조금만 해보아도 한문지식이 풍부하고 어떠한 질문에도 막힘이 없고 옛날이야기를 하듯 재미있게 설명하셔서 하루 종일이라도 인터뷰하고 싶을 정도였다.

역사면 역사, 한문에 고사성어 유래에, 마지막으로는 지역민들의 상담과 위로 격려까지 한다고 하니 역시 마을의 보배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리고 동네 구경을 하면서 궁금한 점들을 막힘없이 이야기해주셔서 물어보니 면장을 했었던 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고향에 대한 애정이 특별해 보였다.


지금부터 류진석 전 면장님의 과거 속으로 여행을 가보기로 했다.

어릴 때 해방과 6.25전쟁을 경험했고, 격변의 세월을 인고하면서 살다 보니 요즘의 삶에 대한 지표도 원대함보다는 나이 먹은 만큼 후배들에게 나누고 베푸는 것이 제일 남는 장사라 이야기했다.

젊었을 때는 상도 많이 받았고 상을 받으면 마을에서 잔치를 열 만큼 이웃 간의 정이 돈독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을 간담회도 다들 서서 이야기 듣고는 했다며 앨범 속에서 김윤환 국회의원의 생전 간담회 모습이 담겨있는 사진도 보여주었다. 추억에 잠긴 모습이 신선 같은 신성함을 느끼게 했다.


앨범 속에는 류진석 어르신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 김관용 경북도지사와의 인연, 구운 초등학교 총동창회 회장 시절의 이야기 등 정말 며칠을 인터뷰해도 담아내지 못할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나이가 있어 초연한 것인가 물으니 종교의 영향도 있다고 하며 도량 성당에 대한 애정도 듬뿍 담아 이야기했다. 2009년 세례식을 해서 요셉이라는 세례명을 받았는데 성경책에 푹 빠져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며 나에게도 권유했다. 종교를 떠나 성경책에서 삶의 지표를 얻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씀도 했다.

서예에도 취미가 있어 시간 날 때마다 서예도 하고 시도 쓴다고 했다. 직접 쓴 시를 읽어보니 명필에다 명작가였다.


한참을 추억 이야기, 취미 이야기를 하다 본인의 애정이 담긴 마을 이야기도 나왔다. 지금의 마을이 너무 좋고, 마을 사람들도 너무 좋지만 딱 한 가지 바뀌었으면 하는 곳이 있다는 말씀을 했다. 과거의 들성못에 대한 추억이 너무 가득한데 옛날의 들성못과 지금은 사뭇 달라 속상하다고 했다. 이참에 들성못에 가자고 해서 바로 가게 되었다.


들성못에 가면서 못에 대한 장, 단점과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 어렸을 적에는 수달도 많이 살았다는 옛이야기에 꽃을 피우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의 의미가 잔잔하게 다가온다. 후손들에게 남겨줄 자연문화유산이 없다고 미안해하신다.

류진석 어르신께서 미리 만든 비석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냐고 물으니 나도 이제 나이가 있는지라 마지막을 준비했다며 비석 사진을 보여준다. 본인의 마지막이 언제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식들이 당황하지 않고 인생 소풍 재미있고 멋지게 살다 소풍을 마치니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류진석 어르신의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걸쳐 살아온 인생일화를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다.

그저 들성못에서 인터뷰를 마치며 류진석 어르신의 평안함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이제 인생 소풍 중에서 점심 도시락 까먹었어! 아직 남은 일정 중요한게 많아.” 라며 여유로운 말씀에 쫓기며 살아온 현대인들에게 삶은 아직 많이 남았음을, 그러니 조금은 여유롭게 지내도 됨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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